고전신심서적총서 3
성체성월_신앙선조의 성체 묵상서
『성체성월』(신앙선조의 성체 묵상서)
-약 300년의 역사를 지닌 고전 신심서의 첫 한국어 간행본-
수원교회사연구소는 ‘고전신심서적총서3’으로 역주본 『성체성월』(2판)을 펴냈다. 연구소장 정종득 신부가 1890년 필사본 『聖體聖月(성체성월)』(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을 현대 우리말로 옮기고 옛 천주교 문헌을 풍부하게 활용하여 주석을 붙였다. 역주본 뒤에는 영인본, 판독본, 현대어 표기본을 수록하고, 고어와 옛 용어를 설명하는 주석을 추가하였다.
『성체성월』은 1일부터 31일까지로 구성된 성체 묵상서이다. 하루의 묵상은 영성체 전날 저녁에 하는 예비묵상과 영성체 후에 하는 감사묵상으로 이루어진다. 예비묵상에서는 ①누가 오시는가? ②누구에게 오시는가? ③무엇을 하러 오시는가? 라는 3가지 주제의 ‘예비경’을 통해 성체로 오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묵상하고, 영성적인 글귀로 된 ‘앙모경’을 바친다. 감사묵상에서는 ①심중(心中) 예수를 바라보며 감사하기 ②예수님에 대한 사랑으로 결심하기 ③성덕(聖德)을 실행하기라는 3가지 주제로 ‘감사경’을 묵상하며, ‘앙모경’을 바친다.
『성체성월』은 연중 어느 특정한 달에만 성체를 묵상하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 아니다. 천주교 신자라면 매일 영성체를 준비하고 감사해야 하므로 이 책에서는 1년 동안 모든 달에 성월의 의미를 두었다. 라틴어본 『성체성월』의 서문에는 “어느 달이든 그 달의 날수에 해당하는 만큼 예비경과 앙모경과 감사경을 드립니다(Tot praeparationes, aspirationes et gratiarum actiones damus, quot singulis cujusvis mensis diebus sufficiant).”라고 쓰여 있다.
그동안 필사본 『성체성월』은 번역서인지 한국천주교회의 저술인지가 불분명하였다. 그런데 역주서 초판본이 간행(2023년 12월 25일)된 직후에 또 다른 한글본인 1931년 고군삼 신부(高君三, 1904-1982)의 번역[부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연구소에서 발견했고, 이를 바탕으로 1890년 필사본이 1737년 이탈리아의 시칠리아에서 라틴어로 처음 간행된 책의 번역서라는 사실을 밝힐 수 있었다. 필사본이 어떤 판본의 번역인지는 아직 불명확하다. 라틴어본 『성체성월』은 초판이 간행된 이후에 유럽 각지의 도시와 서아시아, 남미에서 라틴어본과 번역본이 간행되었다. 21세기에 들어와서는 2011년 바티칸에서 라틴어-이탈리아어 대조본이 출판되었고(제목 ‘Mensis Eucharisticus(멘시스 에우카리스티쿠스)’), 이후 영어본(2012)을 비롯한 여러 종의 번역본이 새롭게 출판되었다. 수원교회사연구소에서 간행한 역주본 『성체성월』은 신앙선조들의 성체 신심을 계승한다는 의미와 함께 약 3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여전히 애독되고 있는 고전 신심서의 첫 한국어 간행본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역주본 『성체성월』은 필사본의 고어를 현대 우리말로 옮기되, 현대의 독자들이 신앙선조들의 영성을 생생히 체험할 수 있도록 다듬었다. 『성경직해』, 『천주교요리 대문답』, 『천주성교공과』과 같은 문헌이 활용된 각주를 통해 독자들은 신앙선조들의 교리와 기도가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살아있는 울림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나아가 신앙선조들이 성체를 모시기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하고 성체로 오시는 예수 그리스도께 얼마나 큰 감사를 드렸는지를 깊이 묵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연구소 소식지 『상교우서』 2024년 11월호(통권 114호)에 실린 글을 수정·보완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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